현대차그룹도 배터리 생산할까

현대차그룹은 이미 독자 생산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밝혀왔음
배터리셀 직접 제조에 따른 실익도 크지 않다는 판단
한국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

이현주 기자 승인 2021.04.10 12:17 의견 0
전기차 배터리 <사진=픽사베이 제공>


폭스바겐으로 촉발된 완성차의 배터리 내재화 이슈가 한국 현대차그룹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은 일단 단기적으로 볼 때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12월 현대차 CEO Investor Day, 금년 2월 기아CEO Investor Day 및 금년 3월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의 언론 인터뷰에서도 일관되게 두 가지를 밝혔다.

첫째는 현재 주요 배터리 생산업체들과 긴밀한 협력을 진행/강화 중이라 독자 생산의 필요성을 아직 못 느끼고 있고, 둘째는 2025년 이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양산하고, 2027년 양산준비 후 2030년경 본격 양산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배터리 개발능력을 구비 중이고, 원가구조 파악 및 납품가격 협상력 강화를 위해 일부 내재화 사유는 있지만, 대규모 투자금과 높은 생산효율성이 요구되는 전면적인 제조에는 당장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현재 주력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직접 제조는 실익도 크지 않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는 2025년 94만대로 예상되는데, 이를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구매량과 구매액을 추정해 보면 2025년 연간 59GWh, 5.9조원이다. 2021년~2025년 누적 전기차 판매는 309만대, 누적 배터리 소요량은 179GWh, 총 예상 구매액은 19.9조원이다. 배터리 직접 제조를 통해 5% 금액을 절감한다고 가정하면(주요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률),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2025년 연간 0.3조원, 2023년~2025년 0.7조원일 것이다(직접 제조까지 2년 소요 가정). 59GWh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해 5.9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GWh당 1,000억원 소요 가정)에서 연간 ROIC 5%는 만족스러운 투자라고 할 수 없다.

2030년 기준으로는 연간 배터리 구매량과 구매액은 169GWh, 11.8조원, 직접 제조시 절감가능금액은 0.6조원(2023년~2030년 누적 3.1조원), 연간 ROIC 3%대의 투자가 된다.

선발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기술력/생산성/노하우/규모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단가인하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과 2030년 이후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가 상용화될 경우 기투자 설비의 효용성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배터리 내재화 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잠재적인 리콜비용이 상승한다는 점(위험의 외주화 필요성 증대)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셀 이외 투자할 곳이 많다. 자율주행/모빌리티를 위한 SW/서비스 구축 및 기술을 습득해야 하고, 수소차/UAM/로봇/PBV 사업들도 확대해야 한다. 배터리셀 직접 제조로 인한 단가인하폭과 실익을 확실히 담보할 수 없는데, 가용자원을 분산하는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대형 배터리 제조업체 3사가 포진한 한국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배터리 수급 및 가격협상에서 타OE 대비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활용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현대차그룹의 배터리셀 직접 제조의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낮고, 직접 제조에 뛰어들 경우 차세대 배터리 개발/양산 일정과 맞춰 점진적으로 그리고 일부 수준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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