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는 안보 이슈”...한국 반도체 산업에 켜진 경고등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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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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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하이닉스 제공>
“미국이 반도체를 안보와 연결시킨 걸 가볍게 보지 말라”
최근 만난 미국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이 누리고 있는 `반도체 호황‘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반도체는 메모리에서 확고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하지만 최근 국제 정세는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동아시아에 몰려 있는 반도체 생산의 국제 지형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것도 패권국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우선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면서 자동차 공장이 멈춰서는 일이 잦다.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차량용 반도체는 기술 측면으로 볼 때 최고급단계가 아닌 분야다. 당연히 이익률이 낮기 때문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거의 손을 대지 않는 분야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전세계 주요 생산거점에서 생산 물량을 대폭 줄여 놓았다가 백신 접종으로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수요를 제때 맞춰주지 못하면서 사달이 났다.
급기야 반도체 종주국 미국의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뛰어들겠다고 나선 상태다.
여기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되면서 중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이를 억제할 필요성이 커졌다.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 국가적 투자에 나선 상태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 대기업을 모아 회의를 연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웨이퍼를 흔들면서 미국에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미국의 속내가 드러난 순간이라고 보면 틀림없는데, 전문가들은 그 이상의 위기를 느낀다.
바로 반도체 문제를 미국의 안보가 직결시켰다는 측면에서다. 미국은 전세계 어느 나라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군사대국이다. 그만큼 안보에 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방산 관계자는 “미국의 방산 연구개발 시스템에는 독특한 점이 있는데, 똑같은 과제를 최소한 3곳에 발주하는 점”이라고 전한다. 또 “적어도 두 단계 이상을 미리 개발하는데, 개발이 완료되면 규정 바꿔버린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타국이 따라올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기사가 하나 있다. 바로 미국이 이스라엘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는 기사 말이다.
동아시아에 있는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돌리자는 걸 넘어 제3의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모습에서 반도체 공급망의 대변화를 추구하는 미국의 전략을 느끼게 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패권국가다.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나라다. 미국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지형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지금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반도체 산업이 놓인 상황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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