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지혜를 찾아 걸어온 여정 – 수잔 시마드 크노프의 메모

이현주 기자 승인 2021.06.09 22:21 | 최종 수정 2021.06.10 09:14 의견 0
열대우림 <사진=픽사베이 제공>


※ 수잔 시마드는 나무들이 더 많은 햇볕을 받거나 더 많은 수분과 영양분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하고, 그 결과가 우리가 보는 숲의 모습이라는 기존 학설을 뒤짚는 논문을 쓴 여성 생태학자다. 네이처는 그녀의 회고록을 통해 나무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자원과 정보를 교환한다는 걸 입증한 그녀의 위대한 업적을 정리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같은 발견은 ESG가 화두인 이 시대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경쟁만이 능사가 아니라 서로 도와주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을 자연은 웅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처 기사를 요약 소개한다.

“미국 서부 우림지역에서 자란 나는 하늘을 찌르는 듯한 미송, 오리나루와 등성이를 가득채운 줄고사리의 아름다움이 태양광, 물, 영영분을 놓고 벌인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라는 얘기에 우울해지곤 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1997년 생태학자 수잔 시마드는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의 표지논문을 쓰게 된다.

그녀는 나무 뿌리들과 균류들이 얽혀서 만든 네트워크가 땅밑에 있음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 네트워크는 페르시아산 양탄자 만큼이나 눈부신 네트워크였다”

그녀는 이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나무 종들이 탄소를 교환한다는 걸 입증했다.

나무들이 서로 협력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가 발견한 이 네트워크는 `경쟁이야 말로 숲의 양태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힘‘이라는 당시의 생각을 종식시켰다.

나무들의 뿌리와 균주들이 얽히어 만들어 낸 이 네트워크는 wood wide web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후 숲 생태학은 단순히 경쟁에 의해 설명되던 시절을 지나 종들이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협력하는 고도의 미묘한 예술로 발전하게 됐다.

이 발견은 삼림업자들에게 중대한 질문을 던졌다.

숲을 완전히 갈아엎은 뒤 일정한 간격으로 특정 종을 일정 간격으로 심는 기왕의 방법이 과연 최선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던 것이다.

기왕의 방법은 나무 성장에 필요한 모든 물질이 주어지는 걸 전제로 하는데, 실제 자연에서는 나무끼리 서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필요한 물질들이 주어진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시마드는 일생에 걸쳐 나무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걸 역설해 왔다.

오리나무는 대기중의 질소를 흡수하는데, 이는 소나무나 다른 나무 종들에게는 필수적이다.

수령이 오래돼 뿌리가 깊이 내려간 나무들은 지하 깊은 곳의 물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올라온 물은 뿌리가 옅은 나무들에게 공급된다.

나무뿌리와 균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탄소 물 영양염류 뿐만이 아니라 임박한 위험에 대한 정보도 교환할 수 있게 한다.

미송이 감염되면 네트워크를 통해 소나무들에게 경고가 전달된다.

이는 방어 효소의 생산으로 이어진다.

오래된 나무, 커다란 나무는 주변의 작은 묘목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돌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마드의 인생은 남달랐다.

벌목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그녀는 정부기관으로 옮겼다가 학계에 몸담게 된다.

그녀의 관심은 그녀가 어디에 있었던 간에 모두 숲의 표면 아래에 관한 미스테리를 풀어내는데 있었다.

그녀는 남성중심의 직장에서 그녀의 아이디어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게 하기 위해 투쟁했다.

그녀는 사랑을 찾았다가 잃었고, 다시 찾았다.

그녀는 다른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연구와 어머니로서 아내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데 애를 먹었다.

그녀는 암 진단을 받으면서 인생의 한계와 마주하게 된다.

연구 현장의 진흙속에서, 압박감을 느끼면서 때로는 희열의 순간도 맛보았다.

그녀는 1993년 그녀의 학설을 입증할 증거를 찾았다.

이 때 그녀는 숲 속에 무릎을 꿇고 가이거 계수기를 누르면서 나무와 균류 사이에 탄소가 흘러가는 걸 세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주변 나무들과 풀들이 나를 들어 올려 높은 곳에 자리하게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네이처 표지 논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시마드는 주요한 발견들을 계속 발표했다.

그녀는 나무들이 자기 자손에게는 더 많은 자원들을 주는 걸 증명했다.

이 발견은 나무들이 뿌리-균류 네트워크를 통해 주변을 콘트롤한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었다.

나무들은 주위의 변화를 인지하고 서로 소통하며 결정을 내리고 배우고 기억하는 존재라는 걸 그녀는 일생의 연구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줬다.

저작권자 ⓒ 지속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